자연1347년 – 1351년
흑사병
페스트가 유럽 전역에 퍼져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페스트는 쥐 등에 기생하는 벼룩이 옮기는 세균성 전염병이다. 14세기 중엽 아시아 내륙에서 퍼진 것으로 보이는 이 병은 몽골 제국 시대에 활발해진 교역로를 따라 흑해 연안에 이르렀고, 1347년 크림반도의 카파를 떠난 제노바 상선을 타고 시칠리아의 메시나에 닿았다고 전한다.
병은 4년 남짓 사이에 이탈리아·프랑스·잉글랜드를 거쳐 북유럽과 러시아까지 번졌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에서 절반 가까이가 죽은 것으로 추정되며, 이집트·시리아 등 이슬람 세계도 큰 피해를 입었다. 사람들은 신의 벌이라 여겨 스스로 채찍질하는 고행 행렬에 나서기도 했고, 유대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소문이 돌아 곳곳에서 유대인이 학살되었다.
일손이 크게 모자라자 살아남은 농민의 임금과 지위가 올라갔다. 영주들이 이를 억누르려 하자 프랑스의 자크리의 난(1358), 잉글랜드의 와트 타일러의 난(1381) 같은 농민 반란이 일어났다. 장원제는 흔들리고 농노 해방이 빨라졌다.
재앙 앞에서 무력해 보인 교회의 권위도 흔들렸다. 흑사병은 봉건 사회가 무너지고 근대로 넘어가는 흐름을 앞당긴 계기로 평가되며, 페스트는 이후에도 수백 년 동안 되풀이해 유행했다.